[황무지가 울창한 숲으로] 한국-몽골 청소년, 희망의 숲 일구다
한국숲사랑청소년단, 2024 글로벌 숲탐방 원정
"테를지 민관협력 참여숲" 식목 체험 참여
몽골의 사막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기후변화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이곳을 가장 먼저 덮쳤다. 한때 칭기즈칸이 거침없이 달렸던 푸른 초원은 황량한 황무지로 변했다. 남은 초원도 언제까지 생명을 이어갈지 미지수다. 본지는 기후위기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사단법인 한국숲사랑청소년단과 몽골의 사막화 현장을 찾았다.
▲사단법인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은 오는 9일까지 "2024 글로벌 숲탐방 원정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진은 "테를지 민관협력 참여숲"에서 몽골 현지인 학생들과 나무를 심고 있는 대원들.ⓒ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기후위기 최전선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80km 정도 떨어진 테를지국립공원에 한국과 몽골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단법인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이사장 김명전) 소속 대원들과 지도교사 34명은 6일 몽골 현지 학생들과 "테를지 민관협력 참여숲" 부지에 200여 그루의 묘목을 식재하며 수목 보전에 힘을 보탰다.
테를지 민관협력 참여숲은 대한민국 산림청과 몽골 환경관광부가 추진하는 "한-몽 그린벨트 3단계 사업(2022-2026)"의 일환으로 조성된 곳이다. 부지 8.5ha 규모로 축구장 12개를 합한 크기다. 몽골 전역을 통틀어 가장 우거진 테를지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해 있다. 숲은 관광객들에게 숲의 가치를 알리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원들은 본격적인 나무심기에 앞서 몽골 현지인 학생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2인 1조로 짝지어 팀을 이뤘다. 이날 함께한 몽골 청소년들은 환경 봉사단체 "마이클럽(대표 담딘 세르다람 교수)" 소속 중·고등학생들이다. 마이클럽은 2020년 기준 127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으며, 몽골 최연소 국회의원을 배출한 명망 있는 봉사 단체다.
이날 대원들에게 나무 심는 방법을 안내한 이성길 한-몽 그린벨트 사업단 단장은 "몽골은 건조하고 혹독한 기온과 척박한 토양으로 한국보다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많이 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그루를 심더라도 정성 들여 제대로 심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테를지 민관협력 참여숲"에서 몽골 현지인 학생과 나무를 심고 있는 한국숲사랑청소년단 대원.ⓒ데일리굿뉴스
국경 넘은 "숲사랑", 한-몽 하나되다
나무를 심는 데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한 학생이 삽을 들고 땅을 개간하면 다른 학생이 나무 생장에 방해가 되는 돌멩이와 잡초를 건져낸다. 땅이 충분히 부드러워지면 묘목의 위치를 잡은 후 조심스레 흙으로 뿌리를 덮고 둔덕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10L 양동이에 가득 담긴 물을 묘목에 부어주기만 하면 나무 심기가 끝난다.
학생들이 심은 건 낙엽송(시베리아잎갈나무), 히스피다괴불나무, 귀룽나무, 페둔쿨라타벚나무, 서양수수꽃다리 등으로, 건조하고 추운 환경을 잘 견뎌 몽골 땅에서 자라기 적합한 수종이다.
촉촉하게 물을 머금은 여린 잎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비췄다. 뙤약볕에서 작업하느라 대원들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지만 내내 활기가 넘쳤다. 학생들은 모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며 서로 힘을 북돋았다.
김세은 대원(서울등서초·11)은 "나무를 심을 때 단순히 흙만 뿌려주면 되는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신경 쓸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미래를 생각하면 이 정도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앞으로도 몽골의 사막화에 관심을 갖고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나선 우양간사이칸 학생(20)은 "나무를 심는 활동을 4년째 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 학생들과 함께 심은 건 처음"이라며 "한국인 친구를 만들고 나무를 함께 심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함께 전통놀이를 하며 유대감을 쌓는 시간도 가졌다. 한자리에 모인 학생들은 우리나라 비석치기와 몽골 전통놀이 샤가이(shagai)를 서로에게 알려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샤가이는 몽골의 5대 가축(말,양,염소,소,낙타) 중 소를 제외한 4개 가축의 복사뼈를 주사위 삼아 하는 몽골식 윷놀이다.
엔흐진 학생(16)은 "비석치기가 몽골 전통놀이와 달라서 흥미로웠다"며 "앞으로도 한국친구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문화도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기길 바란다"고 웃음지었다.
▲한국숲사랑청소년 대원들과 몽골 마이클럽 소속 학생들이 "테를지 민관협력 참여숲"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데일리굿뉴스
미래를 지키는 녹색 "상부상조"
이날 일정은 마이클럽 대표인 담딘 세르다람 몽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의 특강으로 마무리 됐다. 세르다람 교수는 대원들에게 몽골이 직면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며 국가간 협력을 강조했다.
세르다람 교수에 따르면 몽골에선 최근 이상기온 등으로 각종 환경 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60여 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0.74℃ 상승하는 동안 몽골은 무려 2.1℃ 상승했다. 토양도 척박해지면서 국토 3분의 2 이상이 사막화로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까지 평균 온도가 4도 가까이 상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담딘 세르다람 교수는 "기후변화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몽골 대통령이 2030년까지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선포하는 등 몽골 정부도 나무에 희망을 걸고 있다"며 "기후위기와 사막화가 단순히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도움을 주고받으면 사막화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딘 세르다람 몽골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을 대상으로 특강하는 모습.ⓒ데일리굿뉴스
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은 "대원들이 몽골 학생들과 숲의 가치를 공유하고 자연 복원에 기여한 이번 활동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귀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함께 숲을 일궈낸 경험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 그린 리더로 앞장서는 미래세대 주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의 "2024 글로벌 숲탐방"은 오는 9일까지 진행된다. 룬솜 조림지 탐방 및 유목민 생활체험, 별자리 체험 등 다양한 생태답사 활동과 함께 사막화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기후위기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