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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푸른 숲에

싱그러운 숲과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바다 정원

부산 동백섬

짙푸른 바다가 맞닿은 곳에 싱그러운 숲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부산 해운대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발길이 닿는 동백섬인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래 섬이었지만, 인근 춘천(春川)이라는 하천이 실어 온 모래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서 이제는 육지와 이어져 있답니다. 바람이 선선해질수록 동백 꽃망울이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풍경을 따라 같이 가볼까요?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대중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가사로 널리 알려진 동백섬은 부산시민이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 등으로 즐겨 찾는 대표 명소입니다. 멀리서 보면 위가 둥글게 솟았고 아래는 편평한 모양새라서 다리미 섬이라는 별칭이 있지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여유롭게 돌아보는 데 20분 남짓 걸린다는 이곳에선 산책로보단 해안 데크를 따라 올라가길 추천합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코스에 재미를 더하거든요. 잎이 넓고 광택이 나는 가지각색 상록활엽수가 조화롭게 무리 지은 길엔 상쾌한 파도 소리가 우리를 반깁니다. 지난 2017년에 생긴 출렁다리는 목재 바닥 한중간에 강화 유리를 끼워 아래로 넘나드는 물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죠.

올라가다 보면, 바위 사이로 황옥공주 인어상이 보이는데요. 1974년 설치했다가 1987년 태풍 셀마에 의해 망가지면서 1989년 다시 제작했다는 일화가 있어요. 높이 2.5m에 무게만 4t에 이르는 동상은 먼 옛날 인어 나라에서 육지에 있는 무궁나라 은혜왕에게 시집온 공주의 전설을 배경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왠지 애잔하고 슬프지 않나요?

데크의 끝엔 신라 말기 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최치원 선생이 새겼다고 전하는 해운대 석각이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45호로,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해운대(海雲臺)’ 세 글자 가운데 운(雲) 자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의 자취를 더욱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을 땐 해송이 가득한 섬 중앙 언덕에 올라 최치원 동상을 들러보세요.

한편, 약 14만 8,500㎡에 달하는 면적엔 온갖 종류의 식물이 자생하는데요. 특히 날씨가 제법 추운 11월경에 수려한 자태를 선보이는 동백을 여기저기서 만나볼 수 있어요. 꽃은 선연한 붉은색부터 고운 연분홍까지 다양한 빛깔을 자랑하며, 서서히 질 때 즈음엔 한 송이씩 온전히 땅에 떨어집니다. 참고로, 약재로 유명한 잎과 열매는 어느 하나 버릴 데 없이 유용하게 사용한다고요.

또한, 차나무과의 상록활엽관목인 사스레피나무 2,000그루 이상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요. 흥미롭게도 3~4월 무렵엔 닭똥과 같이 퀴퀴한 냄새가 나는 꽃을 피우는데 비록 불쾌하긴 하지만, 살균과 피부 진정에 탁월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답니다. 아울러 공기 청정에 이롭다고 하니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해해야 할 터입니다.

그 밖에 가시나무와 호랑가시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등 주로 기후가 따스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식물이 모여 이룬 생태계는 향기로운 피톤치드를 선사합니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치른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나아가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면 도심 속 작은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