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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

추위가 찾아오니 엽록소 비켜!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나무의 지혜

자연을 알록달록 물들이는 빛깔, 단풍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살랑이는 가을이면, 숲은 서서히 고운 빛깔로 물들기 시작하죠. 이처럼 날씨 변화에 의해 싱그러운 잎사귀가 알록달록하게 바뀌는 현상을 단풍이라고 하는데요. 무더위가 사라질 즈음 찾아와 나뭇잎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갖가지 색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요?

기온이 떨어지자 온 산이 마치 색동저고리를 입은 듯 화사한 자태를 자랑합니다. 말 그대로, 단풍놀이 가기 좋은 계절이 찾아온 셈입니다. 그런데 울긋불긋 아름다운 분위기를 감상하기 위해선 서둘러야 합니다. 금세 낙엽으로 변해 떨어져 버리거든요.

사시사철 푸르른 열대 지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드는 이유는 바로 추위가 있어서예요. 나무는 햇빛이 적고 주위 온도가 낮아질 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땅속에서 겨우 빨아들인 물이 이파리 뒷면의 미세한 구멍인 기공으로 빠져나가 증발하면 버틸 수가 없어요.

따라서 가지와 잎자루 사이에 존재하는 세포층인 떨켜가 수분과 무기양분을 차단해 겨울이 오기 전 잎을 모두 떨구는데요. 그 과정에서 초록색을 띠는 엽록소의 파괴가 이뤄지고 분명 같이 있었지만, 우리가 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색소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많을 땐 단풍나무와 같이 선연하게 붉은색이 나고요. 카로틴(Carotene)은 주황색, 크산토필(Xanthophyll)은 은행잎에서 볼 수 있는 샛노란 색이 표면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타닌(Tannin)이 풍부하면 갈색으로 합성한다고 해요. 또한, 같은 맥락으로 단풍은 산에서 가장 춥다는 꼭대기부터 들어 아래로 내려온답니다.

덧붙여 식물의 세포액을 가득 머금은 주머니인 액포에 있던 당분이 이러한 색소와 결합하면 빛깔이 더욱 밝고 산뜻해집니다. 미국과 캐나다에 주로 서식하는 사탕단풍나무가 맑은 빨간빛을 띠는 이유인데요. 사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당이 많은 이 나무에서 수액을 받아 오래 끓이면 달콤한 메이플 시럽이 만들어져요. 팬케이크를 먹을 때 버터와 곁들이면 환상적인 맛을 느낄 수 있죠.

자연을 은은하게 물들이는 단풍 이야기, 어땠나요? 언제 어디서든 환경에 걸맞게 자신을 보호하는 나무의 지혜가 새삼 감탄스러워지는데요. 비록 시기가 지나 곧 낙엽이 지겠지만, 슬퍼하지 말길 바랍니다. 내년이 오고 다시 따스한 햇살이 대지를 비출 때 작고 소중한 새싹이 고개를 들어 여러분을 반길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