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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

깜빡 잊어버린 식량 창고에서 나무가 자란다?

숲속의 작은 정원사, 다람쥐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날, 숲을 거닐다 보면 우연히 마주하는 친구가 있죠. 바로 나무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양 볼 가득 도토리를 나르는 다람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귀여운 동물이 거대하고 울창한 산림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머나먼 옛날부터 자신조차 모르게 땅을 일구고 새싹을 틔워온 자그마한 정원사의 생태를 살짝 공개해봅니다.

여기 있나, 하면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고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재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다람쥐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잘 알려졌다시피,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다름 아닌 견과류인데요. 영양소가 풍부하고 열량이 높아서 활동 에너지로 쓰기에 으뜸이거든요. 또, 겉을 둘러싼 딱딱한 껍질이 계속해서 자라나는 이빨을 닳게 해 적당한 길이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답니다.

그런데 다람쥐의 습성을 잘 관찰해보면 수집한 먹이를 삼키지 않고, 볼 주머니에 잔뜩 담아가서 저장해요. 쓰러진 나무나 돌 아래 굴을 파서 집을 만든 다음, 한 번에 약 10개씩 100여 개의 잣, 호두, 밤, 도토리 등을 쌓아 추운 계절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겨울잠에 들었다가 허기가 지면 배를 채워야 하거든요.

재미있는 사실은, 휴식과 배설 공간을 각각 따로 만들 만큼 똑똑한 다람쥐가 의외로 건망증이 심해서 곳곳에 마련한 식량 창고 위치를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다행히 땅 위에선 그대로 썩어버리는 갖가지 열매는 따뜻한 흙으로 묻어둔 덕분에 봄이 오면 저절로 싹이 움트고, 거대한 나무로 성장해 숲을 이룬다고요.

아울러 지난 2012년, 영국의 유명 과학 잡지인 <네이처(Nature)>에선 아주 흥미로운 뉴스를 전했는데요. 무려 3만 년 전인 빙하기에 얼룩다람쥐가 숨겨놓고 잊어버린 씨앗 70만 개를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발견했다고 해요. 콜리마 강 인근 지하 38m 깊이에서 찾아냈으며, 마른 풀과 새털로 꼼꼼히 감싸두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답니다.

게다가 다채로운 품종 중 패랭이는 해동해서 심은 끝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참고로, 과학계에서 옛날 식물을 되살린 예는 이스라엘 연구진이 키운 2000년 전 종려나무와 중국의 1,300년 전 연꽃에 불과하니 정말 엄청난 성공인 셈이죠. 더 나아가 멸종한 종자를 복원할 가능성이 열려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반면, 다람쥐가 처한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데요. 점차 늘어나는 도시와 달리 숲이 자취를 감추면서 보금자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인 욕심으로 도토리나 밤을 모조리 가져가는 등산객으로 인해 항상 배고프다고요. 따라서 경기 남양주시와 울산 등 다양한 지역에선 산에 도토리 저금통을 만들어 언제든 드나들며 꺼내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한편, 환경 보호에 열심히 나서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이 저금통을 만난다면, 미처 다람쥐가 보지 못하고 지나친 도토리와 응원의 마음을 함께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내일의 숲을 키워내는 작은 정원사가 분명 기뻐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