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오세요, 푸른 숲에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능선 너머 전설이 깃든 자연 속으로
숲사랑기자단 이기명 기자와 함께 걷는 덕유산
선홍빛으로 물든 단풍잎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면, 자연을 찾는 발길이 더욱 늘어나곤 합니다.
특히 수려하게 뻗은 능선과 빼어난 절경으로 이름난 전북 무주 덕유산을 찾기 좋은 계절이죠. 이곳은 해발고도 1,614m로,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다고 알려진 만큼 코스가 다양하고, 둘러보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요. 그러나 막상 정상에 오르면 마음이 탁 트이는 듯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답니다. 마침 산에 관심 많고 생태계 보호를 위해 열정적으로 앞장서는 숲사랑기자단 이기명 기자가 즐거운 산행에 함께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숲사랑기자단 이기명입니다. 현재 삼육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지금까지 1년 반 정도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산림 환경 콘텐츠와 국내의 다채로운 산을 소개하는 기사를 써왔습니다. 반갑습니다.(웃음)”
등산복과 배낭은 물론, 가파른 산세를 오를 때 허리와 무릎을 보호하는 스틱까지 알차게 챙겨온 이기명 기자가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넵니다. 과연 평소 산을 즐겨 등반해본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서인지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은데요. 온라인 블로그에 <나의 100대 명산 도전기>를 연재 중인 이 기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집 근처 천마산을 시작으로 가족과 같이 총 60개 곳에 도전한 바 있다고요. 이번 덕유산은 어느새 61번째 목표랍니다.
“산에 오르는 각오요?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리하지 않고 건강하게 체력을 단련하며 정상까지 오를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거든요.”

덕유산 초입인 구천동탐방지원센터에서 첫발을 뗀 이기명 기자는 선녀가 달빛 아래 춤추는 듯한 자태를 뽐내는 폭포인 월하탄에 잠시 머물러 산행 계획을 재차 머릿속으로 정리해봅니다. 우리는 가장 높이 이르는 향적봉 제2코스를 따라갈 예정인데요. 인월담-안심대-백련사로 이어지는 중간 구간은 6km로, 평균 1시간 30분이 걸리는 완만한 길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정상까지는 2.5km에 해당하나 그 이상 소요할 정도로 험난하기에 반드시 준비운동을 하고, 틈틈이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덕유산 국립공원 탐방안내소를 기준으로 약 5분 떨어진 지점에서 백련사까지 경로는 두 가지로 갈라집니다. 자전거 도로를 겸비한 탐방로는 비교적 평탄해 노약자와 가족 등이 산책하기 좋아요. 한편, 우리가 선택한 구천동 어사길은 나무와 바위, 그리고 산새가 천연 그대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조선 시대 최고의 암행어사인 박문수가 억울한 백성이 호소하는 사연을 해결해주고 대대적인 환송을 받으며 이 길을 거쳐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는 전설이 있어 지금과 같이 이름 붙였다고 해요.
비록 어사길이 상대적으로 걷기가 쉽지 않지만, 정취를 감상하기엔 단연 제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수초, 너도바람꽃, 모데미풀, 동의나물 등 깊은 계곡에서 서식하는 각종 야생화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거든요. 또한, 덕유산만의 생태적 ‧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동식물, 즉 깃대종을 만나볼 수 있어요. 차갑고 맑은 물에 사는 금강모치와 한국 고유 특산종인 구상나무 등이 대표적입니다.


멀리 산봉우리가 이어진 인월담과 가야금 가락 같은 물소리가 주위를 메우는 금포탄을 지나면 개울을 안심하고 건널 수 있는 안심대가 나옵니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니 드디어 신라 신문왕 때 창건한 천년 사찰인 백련사가 등장하는데요. 여기서 더 오르는 등산객은 휴식을 취하거나 간단한 맨손 체조를 하고,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들르는 등 본격적인 대비를 해야 합니다.

놀랍게도, 이기명 기자는 준비해온 쓰레기봉투를 가방에 매달고 산행에 나선다고요. 정상에 닿는 과정에서 바닥이나 돌 틈새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자 한다며 엄지를 척 올리는 모습에서 진정 환경을 아끼는 마음 씀씀이가 엿보였습니다.

숨을 고르고, 남은 코스를 오르기까지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힘을 북돋워가며 최선을 다한 결과, 그 어느 봉우리보다 높은 향적봉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시야가 트이는 날씨였기에 남쪽 지리산과 동쪽 가야산, 서쪽으로 계룡산 등이 환히 보였고요.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일대를 배경으로 두 팔을 펼치면 모두 품에 들어올 듯 기분마저 벅찼답니다.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여러분, 겨울 덕유산엔 상고대와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해요.
다만 눈 내리고 추울 땐 꼭 쉬운 길을 선택하거나 장비를 착용하길 추천합니다.
거듭 강조하다시피 풍경에 앞서 안전이 먼저라는 점, 잊지 마세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