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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오브 숲

싱그러운 숲과 은은한 무궁화 향기가 어우러진 우리 마을 나들이

충남 고대중학교 숲사랑청소년단의 당진 솔미숲 생태 학습

청명한 하늘과 맑은 바람이 어우러진 당진 솔미숲에 들어서자 산새가 고운 목소리로 지저귀며 충남 고대중학교 숲사랑청소년단을 반깁니다. 참나무 군락이 선사하는 피톤치드 향과 함께 첫발을 내디딘 대원 11명의 입가에 하나같이 환한 미소가 어리는 순간입니다. 이곳은 노창엽 선생님이 오랜 기간 손수 습지를 일구고 다양한 식물이 조화를 이루도록 보살펴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데요. 지난 5월 20일, 다 같이 자연 속에서 생태계를 배우고 우리 꽃 무궁화로 지역 곳곳을 아름답게 가꾸는 뜻깊은 활동에 동행했습니다.

제법 무더워진 날씨지만, 싱그러운 나무 아래 동그랗게 모인 고대중학교 숲사랑청소년단에 지친 기색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쾌활하게 인사 나누는 얼굴마다 활기가 가득한데요. 앞서 세계생물다양성의 날인 5월 22일을 기념하고자 학교에서 직접 다육식물을 화분에 심는 시간을 가졌다고요. 게다가 오늘은 노창엽 선생님 댁을 중심으로 드넓게 펼쳐진 솔미숲을 방문할 계획이기에 이동하는 내내 신날 수 밖에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도착한 장소는 과연 한 폭의 수묵화인 듯 평온한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원래 논밭이었다는 인근 일대는 선생님의 손길이 닿은 덕분에 수려한 산세가 에워싼 습지로 바뀌었는데, 항상 물이 충분히 고여 있어 온갖 철새가 쉬어가거나 가끔 목마른 야생동물이 내려와 마시기도 한답니다. 다만,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뱀이나 멧돼지 또한 나타나곤 하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죠.

햇살이 강한 한낮의 물가엔 마침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정자가 있습니다. 알고 보니 버려진 철제 지붕, 폐기 콘크리트 전신주 등을 재활용한 작품으로, 이제는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대요. 비용 절약과 쓰레기 감소는 물론,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일거양득 아니, 삼득인 셈입니다.

한편 집 주변엔 자못 흥미로운 더부살이 생활이 이뤄지고 있었어요. 먼저 소나무 가지에 새 벌집을 지은 꿀벌 무리는 원래 나무상자 안에 살았지만, 일부가 새롭게 탄생한 여왕벌을 따라 본가에서 나와 독립했지요. 이러한 현상을 분봉이라고 합니다. 특히 선생님은 직접 채취한 토종꿀의 달콤한 맛을 통해서 더불어 사는 기쁨을 알려주었어요. 또, 제비 두 쌍이 지붕 아래 지은 둥지를 보여주며 진흙과 짚만으로 견고한 설계를 완성하는 건축가라고 표현해 감탄을 자아냈답니다.

다시 중간 집합을 거쳐 드디어 솔미숲으로 향하는 길엔 참나무가 울창하게 뻗어 있었는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먼 옛날 여기는 솔뫼 즉 소나무가 빽빽한 산이었다고 합니다. 혹은 여우가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여수 골망(여우골을 의미하는 옛 방언)이라고도 불렸지요. 그러나 점차 환경이 변하면서 뚜렷하던 특징은 사라지고 전에 없던 동식물이 빈자리를 메워나갔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심지어 기존엔 남부에만 서식했다는 동백나무가 중부지역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해요.

선생님은 이 같은 차이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게 각종 씨앗과 모종을 키워냈고, 생태학습을 위해 아낌없이 공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무려 5년간 교육용으로 심어둔 산양삼을 비롯해 쌉싸름한 향이 일품인 더덕, 백발을 검게 바꾸는 하수오, 간 해독에 으뜸으로 알려진 헛개나무 등 몸을 이롭게 하는 약초의 올바른 구분법을 설명하고요. 반찬으로 제격인 취나물, 볶아서 차로 우리는 둥굴레, 흔히 명이나물로 불리는 산마늘,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는 익모초 등 평소 자주 접하는 식물을 재미있게 확인해보았습니다.

또한, 느릅나무, 자두나무, 개복숭아 나무, 매화나무 등은 접목을 통해 더욱 우수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스트로브 잣나무, 삼나무, 소사나무, 주목 등 150여 개 품종을 둘러보고 각 습성을 이해하면서 다들 고개를 끄덕였죠.

숲에서 내려와 전지가위를 챙긴 다음엔 가까운 거리의 고대면 성산 2리 마을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일전에 심은 무궁화 100그루의 곁순 제거 작업을 위해서인데요. 고대중학교 숲사랑청소년단은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마을 미화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해요.

참고로, 4년 전인 2018년엔 석문면 난지도리에 있는 당진 소난지도 의병총 역시 무궁화 2,000그루를 심은 바 있는데요.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의병이 모여 항일투쟁을 전개했으며 현재 무명용사 100여 분이 잠든 의병총은 해안가이기에 토질이 거칠어서 해마다 비료를 뿌리고 잡초 제거를 해야 하지만, 방문을 통해 역사와 애국심, 환경보호 등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을 길을 따라 서 있는 무궁화의 잔가지와 곁순을 따면서 서로 밝게 웃음 짓는 작업을 통해 가지에 더욱 생기가 완연해졌습니다. 계절이 무르익으면, 풍성한 꽃으로 맞이해주겠죠.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 모두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해봅니다.

Mini Interview

솔미숲 생태 학습과 무궁화 곁순 제거에 함께해본 소감이 궁금해요!
푸르른 자연과 더불어 사는 행복

노창엽 / 담당 지도교사

“오늘 고대중학교 숲사랑청소년단과 솔미숲에서 생태 학습을 진행하고, 마을의 무궁화 관리에 나선 이유는 지역을 가꾸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정성껏 심어 일군 자연을 통해 우리 학생 11명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함께 사는 삶을 배울 수 있다면 노력한 성과를 충분히 거뒀다고 하겠습니다.(웃음)”

  • 최준규 / 고대중학교 2학년

    “솔미숲에서 다채로운 식물과 야생동물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매우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어요. 처음 보는 약초의 특징과 효능을 배우며 우리가 평소 모르고 지나친 풀이 실은 제각각 쓰임새가 있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답니다.(웃음) 숲사랑청소년단에 들어와서 자연과 함께하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느끼고 있어요!”

  • 한태희 / 고대중학교 3학년

    “무궁화 곁순 따주는 활동이 참으로 보람 있었어요. 처음 심을 땐 가지와 잎이 무성해서 손이 많이 가겠다고 예상했는데요. 막상 아름답게 가꿔놓고 보니 뿌듯하네요. 최근 농촌엔 청소년 세대가 부족해서 마을 가꾸기에 신경 쓰지 못하는 지역이 적지 않다는데 노창엽 선생님 덕분에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던 만큼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