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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푸른 숲에

찬란한 햇살 아래 반짝이는 눈꽃이 피어나는 숲

아름다운 천상의 화원, 태백 함백산 만항재

청아한 하늘과 맞닿을 듯한 백두산간에 차량으로 오르는 고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놓인 포장도로 가운데 가장 높다는 태백 함백산 만항재입니다. 사계절 내내 맑고 차가운 바람이 감도는 이곳은 일명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데요. 눈 부신 햇살이 머무는 시기엔 각종 야생화가 화사하게 피어나고, 겨울엔 반짝이는 눈꽃이 온 숲을 채우는 까닭입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 있는 환상적인 절경 속으로, 같이 떠나볼까요?

하절기 3~10월 입장시간 9:00 ~ 18:00( 입장마감 17:00), 동절기 11~2월 입장시간 9:00 ~ 17:00( 입장마감 16:00)

강원 태백시와 영월군, 그리고 정선군이 서로 만나는 자리에 만항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높이는 무려 해발 1,330m로, 지리산 정령치(1,172m)와 평창 - 홍천 경계의 운두령(1,089m)을 넘어서죠. 과거엔 인근 고한 지역 주민이 이곳 너머 춘양까지 걸어가 소금 한 가마를 이고 돌아오면 반 이상이 녹는다고 표현할 만큼 고지대로 여겨졌는데요. 다행히 지금은 도로가 이어져 있어 차 타고 손쉽게 올라올 수 있답니다.

‘만항’이란 이름은 조선 초기에 산속 깊이 숨어들어 살기 시작한 고려 백성이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의 망향(望鄕)으로 지칭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아울러 함백산과 태백산이 마주한 지점이기에 예로부터 기운이 강하다고 여겨졌으며, 종종 백호랑이가 나타나 길을 막았다는 전설이 어려 있답니다.

현재 우리나라 최대 야생화 군락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고개엔 해마다 귀한 토종 꽃 300여 종이 활짝 피어납니다. 또, 투구꽃과 벌개미취를 비롯한 40여 종은 가을을 아름답게 장식하지요. 특히 정상 쉼터 주위에 조성한 ▲하늘숲 정원 ▲산상의 정원 ▲바람길 정원 등엔 아름다운 들꽃이 가득합니다.

물론 싱그러운 잎사귀마다 서리가 내려앉는 계절엔 은은한 향기가 자취를 감추겠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대신 새하얀 눈꽃과 유리처럼 투명한 고드름이 찬란히 빛나고 있거든요. 사박거리는 눈을 밟으며 키 큰 나무가 에워싼 숲속에 들어서면 마치 겨울왕국에 온 기분이 들죠.

더 나아가 약 3km 떨어진 해발 1,572.9m의 함백산으로 향하면 약 50분 만에 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겨울엔 여기 상고대 즉, 나뭇가지 등에 걸려 있던 물방울이 영하 날씨를 만나 생긴 빙결이 모여 장관을 이루지요. 또한, 새벽에는 머리 위에 별천지가 펼쳐지며, 어슴푸레하게 해가 뜰 무렵 산등성이에 퍼지는 여명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합니다.

#태백 먹거리

강원 동남부 최고봉에서 활기를 얻고, 만항재 아래로 내려가 볼까요? 태백 방향으로 하산하면 갖가지 채소와 면에 육수를 넣고 끓이는 물닭갈비가 일품입니다. 근처 탄광에서 3교대로 8시간씩 일하던 광부가 땅속에서 일하며 땀으로 흘린 수분을 보충하면서 배를 채우기 위해 일부러 국물을 넉넉히 넣어 만든 음식이라고 해요. 또한,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 굽는 한우갈비는 계속해서 젓가락이 가는 맛이죠. 한편 정선 고한읍으로 가면 담백한 풍미의 곤드레밥과 메밀 막국수가 유명합니다.

#주변 관광지

허기를 달랜 다음 천년고찰 정암사에 들어서니, 신라 선덕여왕 재위기에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봉안했다는 수마노탑이 단아한 자태로 찾아오는 발길을 반깁니다. 9m 규모로, 돌을 다듬어 지은 이 석탑은 원래 1964년 보물로 지정했다가 2020년 국보로 인정받았죠.

역사의 숨결을 느낀 뒤, 이대로 돌아가기 아쉬울 땐 함백산 자락에 있는 삼탄아트마인을 들러보길 추천합니다. 바로 국내 대표 탄광 중 하나였던 삼척탄좌를 뜻하는 ‘삼탄’과 탄광의 영어 표현인 콜 마인(Coal mine)이 합쳐진 명칭으로, 폐광을 재활용해 지은 문화예술공간인데요. 감각적인 라운지와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이 있는 갤러리, 탄광 자료를 모은 박물관 등은 지역의 깊이 있는 역사를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함백산 만항재가 지닌 특별한 매력을 둘러보니 어떤가요? 서울에서 정선으로 가는 기차나 버스를 타면 금세 닿고, 차로는 414번 도로를 통해 이어지는 이 고개는 우리를 대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세계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