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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

“누가 꿀잠 자는 곰과 개구리를 깨웠나요?”

포근한 겨울잠에 든 동물이 봄이 오기 전 일어난 이유

온 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면 추위를 견딜 수 없는 데다 먹이조차 충분치 않아 굶기 십상이거든요. 대자연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죠. 그런데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대다수는 이 시기에 굳이 잠들 필요가 없답니다. 한편 최근엔 반드시 동면해야 하는 파충류, 양서류 등이 기후변화에 의해 억지로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데요. 이번 동절기에 포근한 꿀잠을 앞두고 벌어진 각양각색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알아볼까요?

“사람은 왜 겨울잠을 자지 않을까?”
따스하고 편안한 잠자리에서 왠지 일어나기 싫은 날,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이죠.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 질문엔 분명한 답이 있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동물이라고 지칭하는 척추동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바깥 기온과 상관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정온동물이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직접 체내 온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이 존재하죠.

다시 말해, 변온동물은 날씨가 추울 땐 주위 영향을 받아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영하까지 낮아지면 몸속 수분이 아예 얼어버려 생명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따스한 물밑이나 땅속으로 파고들어 동면에 들어갑니다. 심장박동과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신진대사를 최소화해 봄이 올 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겨울을 보내는 종류는 파충류와 양서류가 있으며, 개구리, 두꺼비, 도마뱀, 뱀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럼 정온동물은 같은 계절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대체로 포유류와 조류가 여기 속하는데요. 호랑이, 여우, 늑대 등은 털갈이를 통해 더욱 길고 풍성한 털로 몸을 감싸곤 합니다. 또한, 풀이 사라지고 나무가 앙상한 시기를 맞이한 토끼는 눈처럼 하얀 털로 보호색을 바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요. 청설모는 아늑한 거처에 미리 양식을 저장해두고 조금씩 먹으면서 편안하게 지냅니다.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특별히 겨울잠을 자진 않는 셈입니다.

단, 포유류 가운데서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람쥐는 크기가 작은 탓에 체온을 추위에 뺏기기 쉬워서 미리 충분한 열량을 섭취한 다음 몸을 웅크리고 잠들죠. 박쥐, 고슴도치, 햄스터 등은 마치 변온동물처럼 주위 온도와 체온을 똑같이 맞추고 동면에 듭니다. 특히 긴가락박쥐는 5℃, 동면 쥐는 심지어 0℃까지 낮출 수 있으며 언뜻 보면 죽은 듯하지만, 봄엔 어김없이 일어난답니다.

아울러 겨울잠 자는 동물로 널리 알려진 곰은 자는 동안 31~35℃를 지속합니다. 동면할 땐 전혀 일어나지 않고 물이나 먹이 섭취는 물론, 배변마저 하지 않죠. 몸속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 수분, 이산화탄소 등으로 활용하는 덕분입니다. 참고로, 인류는 이 같은 특징을 연구해 긴 시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가 곰의 동면방식을 통해 오랫동안 생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자연의 섭리가 점차 무너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이상기후 때문인데요. 2020년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제주도롱뇽이 지난해 대비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산란기에 들어서면서 서식지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웠죠. 또, 같은 해에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연구진은 동면에서 빨리 풀린 호박벌이 먹이인 꽃가루가 부족하자 잎에 구멍을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이러한 행동은 전반적인 개화를 더 앞당겨 생태계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에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2020년 12월 러시아 시베리아와 일본 홋카이도에선 한창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할 야생곰이 예전 같지 않게 따뜻한 날씨에 깨어나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면서 안타깝게 사살당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비단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 지리산에서도 반달가슴곰의 이른 등장으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기상이변은 단순히 기후가 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 같이 살아가는 터전과 생태를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환경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입니다.